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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부패방지의 솔루션, ISO 37001

기사승인 [752호] 2019.09.09  10: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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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8일 김포경찰서는 김포에 위치한 유명 의료기기업체 T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업체는 지난 3년간 수십 명의 대학병원 교수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다. T사 국내 영업부 전(前) 직원이 내부 고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언론사가 입수한 내부고발 자료에 따르면 가족 골프 여행 항공권부터 유흥비까지 한번에 수백만원 뭉칫돈이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 기록을 숨기려고 직원 개인계좌를 통해 우회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편법을 이용했다고 한다. 고발자는 “그동안 교수 관리 차원에서 예전부터 관행상 이어오던 패턴이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지 두달 만에 압수수색을 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국내 영업을 담당했던 고발인의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유명 제약사인 D사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나왔다. 대법원판결이 나오면서 지난 3년간 검찰수사와 법원 재판이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최고경영진에 내려진 형량에 업계가 놀라워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전(前) 대표이사 A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 벌금 130억원이, 오너인 B 회장에게는 징역 2년 6개월 실형에 벌금 130억원이 확정되었다. 다소 충격적인 것은 오너가 아닌 대표이사 CEO에게 130억이라는 막대한 벌금이 부과된 점이다. A 부회장은 D사에 재직할 때 꽤 높은 연봉을 받았겠지만, 130억의 벌금을 납부할 능력은 없을 것이다. 벌금을 못 내면 칠순이 넘은 고령에 강제노역을 하게 생겼다.

현행법상 제약사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 판매촉진 등을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제약사와 의료인 간 이뤄지는 불법 리베이트는 아주 오래된 이슈다. 몇년 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을 맡고 있던 L 회장은 협회 회원사들에 호소문을 보냈다. 호소문의 주된 내용은 그동안 제약업계에 뿌리박힌 리베이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37001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2017년 10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50개 이사 사가 2019년까지 ISO 37001의 도입을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ISO 37001의 도입과 인증을 추진하는 회원사에 대해서는 협회에서 일정 금액의 교육비와 컨설팅 비용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 19개사가 인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사들의 이런 변화와 노력은 박수 받을 일이다. “Learning from failure”라는 말처럼 결국 사람이나 기업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

2016년 전 세계적으로 부패방지와 관련하여 역사적인 이정표가 될 만한 두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국제표준화기구 ISO에서 부패방지경영시스템 ISO 37001을 제정한 일이다. 이듬해 2017년 11월 국가기술표준원에서는 ISO 37001을 한국 산업표준(KS)으로 제정하여 ISO 37001은 우리나라에서도 통용되는 법규범이 되었다.

필자는 2017년 철강회사 법무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회사에 ISO 37001을 도입할 목적으로 심사원 교육에 참여한 적이 있다. 결국 회사는 ISO 37001을 도입하지는 못했지만, 그때 취득한 심사원 자격은 퇴직 후에 필자의 새로운 직업이 되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제약사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 심사하러 다니면서 우리 기업의 변화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회사에서 배워오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최근 리베이트 이슈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의료기기 업체들도 이제는 제약사들의 혁신 활동을 벤치마킹할 때가 된 것 같다. 적용법규에 차이는 있지만,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것은 같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부패방지와 관련한 법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각 정부의 법 집행 또한 매우 엄격해 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스웨덴 통신업체 텔리아(Telia Company AB)가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으로 미국 정부로부터 9억불(원화 1조원)이 넘는 벌금을 부과 받았다. 텔리아 사건은 역대 가장 큰 FCPA 집행으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의 변화에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영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이미 ISO는 글로벌 수준에서 모든 조직에 통용될 수 있는 부패방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것이 ISO 37001 국제표준이다. ISO 37001이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분명히 조직의 부패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독감에 걸려 본 사람은 독감백신 주사비가 절대 비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부패방지는 가성비 좋은 경영시스템으로 해결하자.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 선임심사원

장대현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 선임심사원 changandcompa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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