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혁신은 변호사에게 법률로서 부여된 임무이다. 변호사법 제1조는 기본적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변호사의 사명으로 하고, 그 실행강령으로서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을 구체적으로 명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1조(변호사의 사명) ①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②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은 공존이 가능한 임무일까? 변호사에게 기존 질서를 절대로 훼손하지 말고 법률제도를 개선하라는 의미라면 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재판관 포셔가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자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라고 명하는 것과 같다.

법률제도란 즉시 권리의무를 창출하며 기득권을 형성하므로 사회변화에 따라 제도 개선이 요구되면 기존 질서의 변곡은 필연적이다. 변호사법의 ‘사회질서’란 대한민국의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의미하므로 법률제도의 개선이 기득권의 후퇴를 초래하더라도 그것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저해하지 않는다면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혁신스타트업계에서 규제혁신의 목소리가 드높다. 전세계 국가들이 디지털 경제로 서둘러 변환하고 선두에 서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시대에 우리는 그 흐름을 따라잡고 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넥플릭스, 구글)’의 시대를 지나 ‘PULPS(핀터레스트, 우버, 리프트, 팔란티어, 슬랙)’의 시대라고 한다. 서비스 스타트업이 수십조원 가치의 상장회사로 성장하는데 채 십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디지털 경제는 급변하고 있다. 이들 디지털 기업들은 전세계에서 정보와 돈을 긁어모으며 미국의 실업률을 3%대로 낮춰 완전고용을 달성하는데 일등공신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존 규제가 새로운 디지털 경제 스타트업의 탄생을 가로막고 혁신적 시도를 법개정을 통해서 가로막는 ‘규제역행’의 늪에 빠져들었다. 임시방편으로 규제샌드박스법으로 혁신스타트업을 육성해 보려고 노력하나 이마저도 주무부처의 반대로 번번히 좌절되고 있다. 어렵사리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해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받은 사업 모델들은 기존 질서를 크게 거스르지 않는 서비스모델들로서 “이게 아직까지 금지됐단 말인가”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인공지능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전세계 데이터와 부를 장악하는 기업들을 갖지 못하면 경제전쟁에서 도태되는 시대에 개인정보의 절대적 보호와 낡은 산업들과 상생을 우선시하는 법제도로는 나라의 안녕과 경제수준 유지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래서 변호사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국법은 엄명하고 있다.

혁신과 상생이 함께 갈 수 있으려면 혁신이 가능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혁신에 미온적인 정부와 국회에 쓴 소리를 아끼지 말고, 위헌소송으로 관치규제를 타파하는데 변호사가 앞장서야 한다.

/구태언 IT·지적재산권법 전문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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