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 -

1. 사건의 개요

①피고인은 2016년 12월 9일 고등법원에서 “2015년 3월 11일부터 8월 7일까지 33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했다”는 범죄사실이 인정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2017년 2월 10일 대법원의 상고기각결정으로 확정됐다(이하 ‘이 사건 전과’). ②대전고등법원에서 위 재판이 계속 중이던 2016년 11월 22일 피고인에 대해 “2015년 10월 초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고, 2015년 11월 8일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하 ‘이 사건 범죄’)의 각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의 공소사실로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됐다. ③제1심은 이 사건 전과 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이하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인정해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법률상 감경(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 적용)을 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에 따른 경합범 가중과 작량감경을 차례로 적용하여 산출한 처단형의 범위(징역 1년 3개월부터 11년 3개월까지) 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④원심은 이 사건과 같이 후단 경합범에 해당하는 죄에 대해 법정형의 하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형을 감경함에 있어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다수의견]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후단 경합범의 형을 감경할 때도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어,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도6627 판결 등 참조)는 유지돼야 한다.

①형의 감경에는 법률상 감경과 재판상 감경인 작량감경이 있다. 작량감경 외에는 모두 법률상 감경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놓여 있다. 따라서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서 정한 감경도 당연히 법률상 감경에 해당한다. ②후단 경합범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정책에 달려 있는데, 현행 형법 개정 과정에서 제39조 제1항의 내용에 “형법 제55조 제1항의 감경 한도 이하로도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하한이 없는 감경을 가능하게 하려던 수정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후단 경합범에 따른 감경을 새로운 유형의 감경이 아니라 일반 법률상 감경의 하나로 보고,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적·체계적 해석에 합치될 뿐 아니라 입법자의 의사와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도 부합한다. ③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양형재량에 비춰 형의 감경만으로는 도저히 형평에 맞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형을 면제하면 족하다.

[반대의견] 후단 경합범을 감경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법률상 감경한 형의 하한인 ‘그 형기의 2분의 1’보다 낮은 형으로도 감경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①다른 법률상 감면 규정들은 어떠한 감면 사유가 있으면 그 효과로 법정형 또는 처단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반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은 후단 경합범의 선고형을 정하는 방법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므로, 후단 경합범에게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②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감경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할 경우 피고인에게 뜻하지 않은 불이익이 나타나는 등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검사의 기소방식에 따라 피고인 처벌범위를 달리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동시에 처벌받는 피고인과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는 피고인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반하고 죄형 균형의 원칙 및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 ③형법 제39조 제1항의 문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긍정하는 해석과 부정하는 해석이 가능하다면, 합헌적인 해석을 채택해야 한다.

 

3. 검 토

이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이 사건 전과 범죄 33건과 이 사건 범죄 2건을 모두 수사하고서도 특별한 사정없이 이 사건 전과 범죄만 우선 기소했다. 또 이 사건 전과 범죄에 대한 항소심 선고 이전에 이 사건 범죄에 대한 공소가 제기된 점에 비춰볼 때, 피고인은 위 항소심 재판부에 이 사건 범죄의 병합을 위해 기일을 속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위 항소심 재판부는 제39조 제1항을 이유로 변론을 종결하고 판결을 선고했고, 그래서 결국 피고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위와 같은 사정으로 인해 이 사건 범죄는 후단 경합범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만일 피고인이 이 사건 전과 범죄와 이 사건 범죄에 대하여 동시에 판결을 받았더라면, 과연 그때에도 피고인에게 징역 5년 6월이 선고됐을까? 이 사건 범죄에 대한 원심(항소심)의 선고형량(징역 6월)을 고려하면 회의적인 의견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처럼 법원이 후단 경합범이 된 이 사건 범죄에 대한 양형과정에서 처단형의 하한인 징역 1년 3월도 과하다고 판단할 때 ‘형 면제’를 선택해 선고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 후단 경합범에 대해서 형의 면제가 선고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현행 형법의 체계와 문언에 보다 충실한 해석임에도 불구하고 실무에 있어서는 현행 형법 제39조 제1항의 개정 취지를 고려한 반대의견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다수의견의 위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결국 법원이 후단 경합범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사건의 병합을 허용하거나 후단 경합범이 생긴 후에는 ‘형의 면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박상복 변호사·경기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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