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 핵심협약을 둘러싼 사회 내 다양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평소 노동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제 국제노동기구(ILO)는 꽤나 친숙한 국제기구이다. 이런 국제노동기구(ILO)가 구성된 지 올해로 10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00년 전 그 시점은 공장생산이 급격히 성장하던 시기였다. 생산의 증가는 당연히 생산요소 중 하나인 노동력의 더 많은 투입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아동노동, 위험한 작업환경 등 노동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대두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설립되었다. 결국, 공장노동이라는 새로운 노동의 패러다임 변화가 국제적인 노동기구 설립을 가져온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은 100년 전과 유사한 변화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정형화된 일자리 외에 비정형적인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노동조합 등을 통해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아온 그간의 전형적인 근로자와 달리 비정형적 일자리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성격을 다 가지고 있어 현행법상으로는 근로자로서의 법적인 지위를 온전히 인정받기 어려운 경우라 볼 수 있다. 국가에 따라서는 이러한 비전형적인 일자리를 ‘긱 이코노미(gig economy)’ ‘플랫폼 워커(platfrom worker)’ 등 다양한 용어로 지칭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이를 명확히 정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이러한 노동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기술발전과 세계화이다. 주로 노동을 수요하는 산업 측면에서 발생한 환경변화이다. 정보통신 등 기술의 발전과 국가간의 장벽 완화로 인해 기업은 생산의 흐름을 보다 시장 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제적인 경쟁압력은 보다 긴밀하게 생산을 조절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소비자로서 더 낮은 가격으로 다양하고 품질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전 세계로부터.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생산의 탄력성은 곧 노동수요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며, 기업이 노동을 원하는 정도가 변화하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고용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최근 대두되는 비정형적 노동 등의 문제의 대부분은 이러한 노동수요의 탄력성의 확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앞으로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그 누구도 자신 있게 답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현재 우리가 겪는 이 변화와 도전을 어떻게 정책과 제도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맞이하게 될 노동시장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100주년을 기념하는 선언문에서 밝혔듯이 일의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산업혁명에 따른 대량생산이라는 도전에 국제 노동기준 수립을 통해 대응했던 100년 전처럼, 오늘날 우리는 비전형적 일자리 등 다양한 고용형태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창용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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