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원에 입학한지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어떤 의미로는 격렬했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겪어본 경쟁과는 수준을 달리하는 법전원에서의 경쟁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버텨온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다. 왜 이렇게까지 힘든 경쟁을 사서 하는지 누가 묻는다면 아마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치열한 경쟁을 연료삼아 돌아가는 교육과정이 학생들로 하여금 법학을 ‘잘’ 배우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다면 확신해 대답할 수 없다. 경쟁을 조금 완화하면 새롭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

법학서적은 구경해보지도 못한 입학생들이 세달 반 남짓한 시간동안 민법총칙과 계약법을 공부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당시에는 그저 양이 많다는 말만 전해 들었을 뿐 정말로 어떠한 분량을 공부해야 하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기간은 한달 반마다 어김 없이 찾아온다. 학생들은 촉박한 시간동안 어떻게든 내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나 어려움에 빠지기 일쑤다. 그렇다고 성적을 포기할 수는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을 요약한 속칭 ‘찌라시’나 ‘족보’에 의존하게 되고 파편화된 지식을 이해 없이 암기하는 공부가 반복된다. 결과적으로 법을 구조화시켜서 체계적으로 습득하는 것은 요원해진다. 교수님 입장에서도 난처할 것이다. 학생들을 평가하고 변별력을 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지엽적인 내용도 출제하게 될 것이다. 학생들은 다시 이에 맞춰서 공부하게 되니 악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효과적이고 간명한 방법은 법학을 처음 접하는 1학년 시기를 법학의 기초를 탄탄하게 쌓을 수 있도록 그 냉엄한 ‘학사평가 엄정화’를 잠시 접어두고 절대평가 또는 P/F 형식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과열된 경쟁에서 벗어나 민법의 전반적인 구조, 형법의 체계 등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고 교수님들도 암기식 강의의 부담에서 벗어나실 수 있을 것이다. 이는 2회독이 시작되는 2학년 시기에 학생들이 더 효과적으로 지식을 쌓고 법학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학점관리’ 라는 막중한 목표로 인해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변시 외’ 과목들에 활발히 참여할 수 있을 것이고, 다양한 전문분야의 교수님들로부터 실무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듯이 경쟁이 과열되면 오히려 역효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법전원에서의 3년 중 1년의 기간만이라도 평가방식에 여유를 둔다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이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민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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