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기 위해(국가인권위원회법 제1조) 설립됐다. 이렇게 설립된 국가인권위원회가 맡고 있는 역할 중에서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와 구제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에 대한 조사와 구제업무에 관하여 별도의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 구제규칙(국가인권위원회 규칙, 이하 규칙, 제100호)’을 마련해서 조사와 구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 등을 주장하는 진정이 제기됐을 경우 통상 진정 접수-사건의 조사-(구제 필요성 인정 시)구제 과정(결정문 작성 포함)을 거치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 사건 중 어떠한 권고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사가 완료된 사건의 경우에는 피진정인에게 의견진술 기회가 있음을 통지해야 한다(규칙 제23조의 2 제1항).

이러한 의견진술 과정에서 아주 특이한 사항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와 같이 피진정인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통지함에 있어 진정인의 진정요지 중 ‘인용이 예상되는 부분’을 통지하도록 돼있다는 것이다(규칙 제23조의2 제2항).

소송 진행 중에 재판부가 판결이 인용될 수 있는 부분을 판결문 작성 및 송부 전 당사자에게 미리 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낯선지를 생각해 본다면,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용이 예상되는 부분을 굳이 결정문 작성에 앞서서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면서 통지하는 이유는 피진정인에게 이 부분에 대한 피진정인의 의견이 좀 더 소상히 소명되도록 함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인권위원회가 피진정인에게 인용이 예상되는 부분으로 통지하지 않은 사항이 실제 최종 결정문상 인용 사항으로 포함될 수 있을까? 인용이 예상되는 부분을 굳이 피진정인에게 사전에 알려주는 취지에 비춰본다면,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도리어 위와 같은 규정을 굳이 두려면 진정 사항이 인용이 될 수 있는 극히 낮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알려주든지, 아예 피진정인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인용을 하지 않아야 피진정인에 대한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부의 경우라고는 하나 피진정인에 대해 인용 예상 대상으로 통지하지 않은 진정 사항에 대해서도 실제 인용 주문을 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운영을 계속할 것인지, 규정을 고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진중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장혜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