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22번째 선보인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국내에 개봉돼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개봉 열흘 만인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역대급’인 셈이다.

영화관의 일반적인 상영 마감 시간인 25시까지도 매진이 되는 바람에 31시(오전 7시)까지 등장하여 ‘조조’아닌 ‘조조 영화’가 됐고, 영화 관람을 앞둔 어벤져스 팬들이 ‘스포(스포일러 : 영화의 줄거리를 공개하는 것)’를 당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한다.

필자 역시 어벤져스 팬으로서 지난 근로자의 날에 집에서 가까운 상영관의 ‘조조’편을 예매해두고 영광의 어벤져스 군단을 ‘영접’했다.

우리의 영웅들은 시간의 흐름을 역주행한 것처럼 더 멋있어졌고 파워풀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고 결국 그 모든 것을 이뤄내고야 마는 영웅다운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잠시 현실의 영웅을 생각해본다. 일과 가정, 모두를 지켜내는 우리의 영웅들은 어디에 있는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남성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일하는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 양육의 정글로 들어서는 순간, 주변 사람들로부터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일과 가정에서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 여성 변호사도 경력 단절을 겪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경력 단절이 없는 직종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는 전문직이라서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직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 한국여성변호사회는 TF를 구성하고 의미 있는 도전 한 가지를 시작했다. 미국 대사관이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사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고위직 여성의 비율과 진출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유를 찾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시도한다는 것이 제안서의 주요 내용이다.

그동안 정부와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정부 고위직에 진출하는 여성의 비율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사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여전히 의미 있는 수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능력과 경험이 충분한 여성들이 사회 구조적 문제 또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다른 문제로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르지 못한다면, 이는 개인의 손실에서 그치는 것을 넘어 사회와 국가에게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대사관 프로젝트에는 현재 제안서만 제출한 단계이고 선정되려면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미국 대사관 측에서도 흥미롭게 보고 있는 것 같아 혹시 이번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도가 향후 미국 대사관과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의미 있는 일로 협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실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여(女)벤져스들, END 게임이 아닌 AND 게임에서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임주영 변호사

서울회·법률사무소 Young&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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