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최고위직 법관·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 심포지엄 열고 대안 나눠
‘정원 외’ 원로법관제도 도입, 영구적 개업금지, 공익활동 확대 등 의견 나와

법조계는 여전히 ‘전관예우’라는 악습을 떨쳐내지 못 했다. 고위 법관검사가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못 하게 하는 방안이 전관예우 방지라는 공익과 개인 기본권 제한이라는 위헌성 사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법조계가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달 30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최고위직 법관, 검사 등의 변호사 개업 제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돈만 많으면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표되는 전관예우를 근절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고위직 퇴임 법관검사에게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것은 대표적인 전관예우 폐습 방지 방안이다. ‘전관’을 만들지 않는 것이 전관예우를 없애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최근 변협은 최고위직 퇴직공직자가 변호사 개업신고를 하면 이를 반려해왔으나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관예우 근절에는 뜻이 합치했으나, 개업 제한 법제화에는 의견이 갈렸다. 조홍준 변호사는 “법률에 의하지 않은 등록·개업 제한은 목적이 정당해도 인정되기 어렵다”면서 “입법으로써 연 평균 2.4명에 불과한 대법관 퇴직자 등 개인, 사건을 규율하는 건 기본권 제한 법률의 일반성 원칙에 어긋나고 직업선택의 자유도 제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태완 변호사도 “법관이 고위직일수록 법률사무를 취급하는 공무원과 친분관계가 판결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늘어난다고 볼 근거는 없다”면서 “개업 제한 대상을 한정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 조항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전관예우 척결이라는 공익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동욱 변호사는 “전관예우라는 악습에는 ‘법관검사, 즉 사법권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면서 “사법이 독립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 등록개업 제한 대상을 최고위직 판·검사로 한정하는 조치는 합리적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김지미 민변 사법위원장도 “전관예우는 단순히 편의를 봐주는 게 아니라 국민이 피해를 받는 부패 행위”라면서 “전관이 변호사 개업을 못 하도록 하는 것과 부패 카르텔을 좌시하는 것 중 무엇이 위헌적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국은 개업 또는 수임 제한 관행이나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은 연방법원 법관이 퇴직 직후 연방대법원 민사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또 영국은 판사 임용 시 퇴직사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한다. 미국에서도 연방 공직자가 퇴직 후 본인 업무와 연결된 일에 관여개입하거나 영리활동을 하지 못 하도록 한다. 금지기간은 행위에 따라 1년, 2년, 영구적 제한으로 나뉜다.

박하영 법무부 법무과장은 “공익활동을 폭넓게 할 수 있도록 하고 ‘도장값’이 명백할 시 징계를 강화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판검사 인적 구성을 다양화하는 방안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퇴임한 최고위직 법관, 검사를 위한 경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다. 최고위직 법관, 검사가 퇴직 후 대학교 석좌교수나 상임조정위원 등으로 갈 수 있는 제도는 없으며, 재야 변호사 출신은 연금도 받을 수 없다. 공무원연금은 10년 이상 재직해야 수령 가능하다.

김영기 서울지방법원 판사는 “전관예우 ‘인식’과 ‘경향’을 없애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개업을 원천 금지하기보다는 현행 ‘원로법관제’를 ‘정원 외 원로법관제도’로 개선하는 등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원 외 원로법관제도’는 원로법관 자격을 법조경력 30년 이상에서 15년 이상, 만 58세 이상에서 60세 이상으로 변경한 방안이다. 또한 원로법관을 ‘정원 외’로 운영토록 했다. 현재 원로법관은 기존 법관 정원에 포함돼 원로법관 업무가 경감되는 만큼 다른 판사 업무가 증가하는 구조다.

변협 역할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최유경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법률전문가집단 스스로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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