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을 보았다. 법전원이 법률시장을 공멸시킬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묘사돼 있었다. 법전원 제도가 도입된 후 사법연수원과 통틀어 총 1만 5000여명의 신규 변호사가 배출됐다. 연간 일정한 사건 건수에 변호사 배출이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경쟁이 심화되고 그것을 공멸로 표현한 것 같다. 공멸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변호사 공급 인원을 줄이든지 그 공급을 수용할 수 있는 제반여건을 조성하든지이다. 그러나 변호사 배출 수를 줄이는 것은 변협, 법무부, 법전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장기적인 검토 없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변호사 공급을 수용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가능할지 의문이다.

먼저 유사법조직역에 대한 부분이다. 2009년 법전원 도입 당시 정부는 법무사, 세무사, 노무사 등 다양한 유사법조직역에 대해 법전원 수학 기회를 주어 각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게 하고, 유사법조직역을 통폐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대한변리사회, 한국세무사회, 한국공인노무사회 등 유사법조직역의 덩치가 더 커졌다.

세무사회는 작년 변호사의 세무대리권 박탈에 힘입어 조세소송대리권까지 요구하고 있고 변리사회는 변호사와의 특허침해사건 공동대리제에서 변리사 단독대리로 변경돼야함을 주장한다. 최근 노무사회도 노동사건 진술조력권을 노획하려고 한다. 이렇듯 전체 법조직역이 비대화되어 기존의 변호사 일자리가 여기저기서 침탈되고 있다. 공급은 늘어나는데 기존 시장규모가 더 줄어드는 셈이다. 기존의 것도 못 지키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률시장을 개척하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기성 변호사들은 같은 식구인 법전원과 싸울 것이 아니라 기존 영역보존을 위해 유사법조직역과 투쟁해야한다. 만약 유사법조직역과 싸워 이기지 못하겠다면, 국회입법보좌관에 법조인 필수 채용, 경찰서당 법무담당관 필요적 배치, 기업 컴플라이언스 직무 필수제 등 입법청원이라도 하여 송무 이외의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신규 변호사가 수용될 수 있게 말이다.

이렇듯 시장영역 확대 없이 기존 울타리에서 변호사 공급만 늘리다보니 수습자리를 못 구하거나 소위 ‘블랙’이라는 곳에서 부당대우를 받는 새내기 변호사들이 생긴다. 또한 변호사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법전원 또한 교육, 변시낭인, 5탈제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각자의 위치와 시선이 다른 상황에서 변호사 배출 수의 증원 감축을 논의하는 것은 코미디다. 법무부, 변협, 법전원 모두 법조계의 한 일원이고 한 식구다. 앞으로의 법조계를 다 함께 그려보고 변호사 과잉공급과 법률시장 난조의 역경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해보아야 한다.

 

 

/배지성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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