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청은 경찰채용 필기시험 과목개편안을 행정예고한 바 있다.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경찰 채용단계에서부터 경찰관으로서의 인권의식과 기초적인 법지식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필기시험 과목의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험과목 개편안 중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순경 공개경쟁채용시험에서 국어·수학·사회·과학 등 고교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헌법 과목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전후로 순경 공개경쟁채용 시험뿐만 아니라, 9급 공무원 공개경쟁채용 시험을 비롯한 각종 국가시험에, 고졸자의 공무원 임용확대 등을 이유로 고등학교 과목들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된 바 있다. 물론 고졸자의 공직임용확대라는 정책의 목표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또 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담당업무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과목의 자리를 고등학교 교과과목들이 차지하게 됨으로써, 실제로는 고졸자들의 공직임용확대라는 원래의 정책목표는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채 신규 공직자들의 전문지식과 소양만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도입 당시 담당부처의 정책적·실무적 의견보다는 외부의 정치적 요청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순경 공개경쟁채용 합격자들은 곧바로 일선에 배치돼 대 국민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그 기초가 되는 법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임용되게 되어, 실제 현장에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현장의 의견들이 다양한 경로로 표출됐고, 그 결과 시험과목의 개편추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경찰은 직접적 대 국민업무를 수행하면서 직접적으로 법을 적용, 집행하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공법, 형사법의 지식이 갖춰져 있어야 함은 당연한 요건이라고 할 것이고, 그러한 요건을 측정하지 못하는 과목들이 공개경쟁채용 과목으로 채택되어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경찰청의 과목개편방안은 찬성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비단, 순경 공개경쟁채용시험만의 문제는 아니고, 9급 공무원시험을 비롯한 중요한 국가시험에 실제 그 직무에서 갖춰야 하는 법적 지식이 충분한지를 측정할 수 있는 과목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그와 무관한 과목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국가행정의 근간이 되는 일반직공무원 선발시험에서는 법치주의의 실현에 필수적인 행정법 지식과 소양이, 대민행정의 제1선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세무직, 검찰직 공무원의 선발시험에서는 각각 세법, 형법, 형사소송법 지식과 소양이 공무원으로서의 자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척도가 돼야 할 것이다. 가장 필수적인 직무소양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공무원을 선발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법률전문가를 선발하는 변호사시험의 시험과목 역시도 변호사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과목들로 구성돼야 할 것이다. 현재 여러 방면의 개편안이 논의 중인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에 필요한 변호사상(像)에 비추어 신중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진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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