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고 발끈하는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이런 성격은 법정이나 수사기관 앞이라고 해서 달라질 일이 없다.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지극히 소심하고 찌질하기까지 한 나는 이러다가 혹시 신상에 불이익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과,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데 조심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고민 속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그냥 조용히 수사 입회나 하고 오면 됐을 것을 또 조용히 넘어가지 못한 것이다. 수사관에게 조사를 시작하기 전 미성년자인 피의자들의 수갑부터 풀어달라는 이야기를 기어이 꺼내고 만 것이다. 수사관은 검사에게 직접 요청해보라고 떠넘겼다. 검사에게 다시 요청하자 검사는 일단 조사를 시작하고 있으면 관련 규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2003년에 국가인권위원회도 권고했고, 2005년에 헌법재판소도 조사 시 구체적 필요 없는 수갑 사용은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수갑부터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수사관이 끼어들어 나의 행동이 수사 방해라고 하면서 오늘 아무래도 늦게까지 조사해야 될지도 모르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그 정도하고 멈췄으면 됐을 것을, 그러지 못하고 예의 없게도 나는 변호사의 이런 요청을 수사 방해라고 하는 이유와 수갑을 채우고 조사할 구체적 필요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달라는 말을 또 내뱉고야 말았다.

이에 검사는 경험상 수갑을 풀어주면 미성년자인 피의자들이 서로 주먹다짐하며 싸우는 경우가 있고, 도주의 우려도 있어서 수갑을 쉽게 풀어줄 수 없다고 하면서 혼잣말하듯이 수갑을 채우고 조사하는 것이 인권침해면 구속도 인권침해냐고 말했다. 이에 주제넘게도 나는 나보다 더 형사법의 전문가인 검사에게 법원이 허가한 구속영장 집행과 이 사안은 비교할 부분이 아닌 것 같고, 검사님도 언젠가 퇴직하면 변호사를 하실 텐데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피의자가 미성년자이고, 보호자와 변호인, 교도관들이 옆에 같이 있으며, 쉽게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갑을 푸는 것이 맞고, 수갑을 풀어준 후 피의자들이 도주하려 시도하거나 주먹다짐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가 수갑을 채울 구체적 필요성이 있는 때가 아니겠느냐고 말대꾸하는 결례를 또 저지르고야 말았다.

그제야 검사는 수갑을 풀어주라고 동석한 교도관들에게 지시했다. 서로 얼굴을 붉히며 언쟁하느라 잔뜩 열을 냈기 때문인지 조사가 끝날 때까지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는데, 조사를 마치고 퇴근 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시 평상시 지극히 소심하고 찌질한 모습으로 돌아온 나는 낮의 일을 떠올리고 후회하면서, 나는 왜 나인가, 나는 왜 나여야만 하는가를 수없이 되뇌며 막연한 불안 속에서 합리적인 고민을 하느라 그날 밤 다시 잠을 설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민호 변호사(울산회·변호사이민호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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