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낙태죄 위헌취지 의견서 헌재 제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현재 심리 중인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제270조 제1항에 대한 위헌소원(2017헌바127)과 관련해 지난 17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했다.

형법 제269조 제1항은 임신한 여성이 약물 등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 제270조 제1항은 의사가 임신한 여성으로부터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낙태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뿐만 아니라 건강권, 재생산권 등 삶 전반을 규정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인권 중요도를 고려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국가인권위는 의견서를 통해 낙태죄로 인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 ▲건강권 및 생명권 침해 ▲재생산권 침해 ▲형사정책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했다.

국가인권위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안”이라며 “국가가 임신을 강제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임신 중단 역시 여성 스스로 판단해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불법 수술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수술 시 안전성 보장·요구가 어렵고 사후 부작용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어 여성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제49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안전하지 않은 여성의 임신중절이 모성 사망과 질병의 주요 원인이란 관점에서, 한국 정부에 낙태를 비범죄화하고 처벌조항을 삭제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는 “오랜 기간 여성을 옥죄어 온 낙태죄가 폐지됨으로써 여성이 기본권 주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도록 헌법재판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2년 8월 23일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 8명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내는 등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 내 찬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강선민 기자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