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국회 방문해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 등과 면담하며 의견 전해
“전형적인 법률사무 중 일부를 공인노무사가 독점케 해서는 안 돼”

▲ (왼쪽부터) 김학용 의원, 이영준 입법지원실장, 이찬희 협회장

공인노무사에게 진정고소고발 사건에서 진술조력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조계에서는 한 직역에게만 특권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 20일 국회에 방문해 이정미임이자한정애 의원이 각 대표발의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개정안이 공인노무사에게 ‘특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변호사법을 침해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노동 관련 고소고발 사건에서도 공인노무사가 진술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변협은 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다는 소식에 즉시 김학용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찬희 협회장을 비롯한 제50대 변협 집행부는 회의에 들어가는 의원들에게 일일이 변협이 마련한 개정안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진정고소고발 사건에서 당사자를 대리해 관계기관에 진술하는 행위는 사법행위에 속한다. 특히 형사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진정·고소·고발 사건에서 진술은 피내사자 또는 피의자 인신재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증거자료로 작용한다. 민형사 및 행정적 법률효과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전형적인 법률사무다.

변협은 “공인노무사는 행정행위 대행대리를 목적으로 창설된 직역”이라면서 “공인노무사 2차 시험에서도 행정쟁송법만 필수, 민사소송법은 선택과목으로 마련해뒀을 뿐 형사소송법에 관한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사실상 1심에 해당하므로 현재 관행적으로 공인노무사들이 고소고발 사건에서 진술 ‘대리’를 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면서 “불법을 명문화하고 그로 인해 금전적 대가 등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공인노무사 직무 범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개정안은 공인노무사 직무에 사회보험 관계 법령 관련 법률사무까지 포함시켰다. 본래 공인노무사 직무는 노동 관계 법령에 따른 업무에 한한다.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에 대해 노무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예외는 ‘노동사회보험 관계 법령’에서만 정하도록 돼있다. 현재 해당 업무는 변호사와 공인노무사뿐 아니라 세무사도 담당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공인노무사‘만’ 노동 및 사회보험 관계 법령에 따른 신고, 진술 등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이는 다른 직역사 업무를 침탈할 뿐 아니라 관련 업무를 공인노무사가 독차지하게 하는 또 다른 특권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협은 “공인노무사에게만 노동 및 사회보험 관계 법령에 관한 업무를 독점케 하는 조항은 현행 변호사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이는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할 뿐 아니라 국민 선택권도 박탈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이찬희 협회장은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실 근처에서 박영기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과 우연히 만나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진술대리권이 다른 자격사에게도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공인노무사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제처는 “공인노무사는 소추를 구하는 의사표시인 고소나 고발은 대행 또는 대리할 수 없다”고 판단(법제처06-0110, 2006. 10. 4.)했고 이에 기초하여 환경노동위원회는 검토보고서에서 이를 “공인노무사법에 규정돼 있지 않은 이상 공인노무사가 이를 대행하면 변호사법 제109조에 의해 처벌 대상이 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대가를 받고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면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왼쪽부터) 이찬희 협회장, 임이자 의원

이찬희 협회장은 법안을 제출한 임이자 의원을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임이자 의원은 변협과 노무사회 의견을 모두 청취하고 국회에서 개정안을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직 개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변협은 국회에 꾸준히 의견을 전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임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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