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 -

1. 문제의 제기

혈중알콜농도는 도로교통법 위반죄의 처벌수위를 정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는 의미에서, 체내 마약류 성분의 검출 여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의 성립 여부를 정하는 과학적인 증거가 된다는 의미에서, 유죄판결을 얻기 위한 공소유지 책임을 감당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각 혈액과 소변을 증거로 취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한편 혈액과 소변은 그것이 밖으로 분리 배출되기 전까지는 피의자의 신체 내부에 존재하고 있으므로, 피의자의 임의적 자발적 동의가 수반되지 않는 경우 수사기관으로서는 강제적으로 채취할 수밖에 없는데, 신체적 침습의 정도가 중대한 강제채뇨의 경우 그 허용여부가 문제된다.

 

2. 대법원 판례

1) 강제채혈의 경우, 대법원 1999. 9. 3. 선고 98도968 판결에서 영장 없는 압수도 예외적으로 허용된다는 태도를 보인 바 있으나,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에서는 “범죄의 증적이 현저한 준현행범인의 요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통사고 발생 시각으로부터 사회통념상 범행 직후라고 볼 수 있는 시간 내라면, … 피의자의 혈액을 채취하게 한 후 그 혈액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도, 다만 이 경우에도 사후에 지체 없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받지 못했다면 이에 기초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의뢰회보 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2) 강제채뇨에 관하여는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이 최초로 의사, 간호사 등 숙련된 의료인이 소변 채취에 적합한 장비와 시설에서 피의자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적은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전제로 “범죄 수사를 위해서 강제 채뇨가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이미 1980년 판결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의사에 의하여 의학적으로 상당한 방법으로 강제채뇨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서태경, 형사소송법상 신체내부에 대한 강제수사의 절차와 한계, 한양법학 제24집, 398면).

 

3. 강제채뇨의 위헌성

1) 채뇨의 필요성

마약류 복용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시료로 흔히 모발과 소변이 사용되고 있다. 모발감식은 몇 개월 이전의 투약 여부 및 그 시기까지 추정할 수 있는 반면, 소변감식은 10일 이내의 복용 여부만을 알 수 있고, 모발감식은 메스암페타민, MDMA 성분만을 감식할 수 있는 반면, 소변감식은 다양한 마약류의 감식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하태인, 수사상 강제채뇨에 관한 비판적 고찰,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제51권 4호, 316면. 이 외에도 모발감식은 10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소변감식은 3일 이내에 그 결과를 알 수 있다고 함).

2) 요도 카테터 삽입에 의한 채뇨

요도 카테터(urinary catheter)란 방광으로부터 소변배출을 위해 고무 또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변형가능한 튜브이다. 이는 스스로 소변을 배출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고안된 것으로, 방광으로부터 소변이 배출되지 않으면 신장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고, 그 결과 영구적인 신장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테터의 크기는 보통 외경으로 표시하고, 그 단위는 Fr을 사용하며, 1Fr는 0.33mm로 30Fr는 약 10mm 정도의 외경이 된다. 성인의 경우 대개 16-18Fr, 소아의 경우 3-5Fr feeding tube가 사용된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먼저 음경과 주위를 넓게 멸균제로 소독한 후 멸균된 방포를 덮은 다음, 한손으로 음경을 가볍게 잡아 수직으로 세워 배꼽 쪽으로 향하게 한 후 다른 손으로 집게를 이용하여 윤활제를 바른 카테터의 끝을 잡고 부드럽게 삽입하는데, 대개의 경우 카테터가 앞 요도를 지나 바깥조임근 부위를 통과할 때 약간의 저항이 느껴지므로, 이 부위를 통과할 때 환자에게 서서히 심호흡을 하게 하여 이완을 유도하면서 카테터를 삽입해야 하고, 여성의 경우, 요도구에서부터 주변을 소독한 후 왼손으로 소음순을 벌린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윤활제를 바른 도뇨관을 부드럽게 요도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삽입하는데, 여성의 경우 요도는 길이가 짧고 굴곡이 없어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요배출이 간단하다고 한다.

3) 강제적인 채뇨의 위험성

2017년 7월 7일자 U.S. News and World report 보도에 의하면, 미국 기본권 옹호단체인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은 강제채뇨로 인하여 신체적 고통을 입은 5명의 성인남녀와 1명의 유아(세살배기)를 대변하여, 경찰의 강제채뇨는 미 수정헌법 제4조에서 규정하는 비이성적인 압수 수색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2017년 6월 말 South Dakota 주법원에 제기했다고 한다.

위 사건에서 경찰은 소변의 강제취득을 허가하는 영장을 발부받기는 했지만, 이들 영장에는 카테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달리 말해 영장 자체에서 소변 채취의 수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테터를 강제로 삽입하는 방식의 압수는 영장을 발부하는 법관에 의해 심사되지 않은 것으로서 위법하고, 소변채취의 절차가 굴욕적이고 의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방법으로 시행됐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3살 유아에 대해서까지 배뇨훈련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제채뇨를 실시하였는바, 이 때 친권자인 Ms. Hunter는 시술의 위험성 및 이에 대한 대체수단에 대해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고, 아기는 시술 내내 괴성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을 뿐 아니라, 강제채뇨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어 이틀 후 응급실로 실려갔고, 결국 포도상구균에 감염됐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Maurice Garcia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카테터 삽입시 피의자가 골반저근육(pelvic floor mustle)에 힘을 주게 되면 카테터 삽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는데, 이 때 힘으로 카테터를 밀어 넣게 되면 요도벽에 손상을 가져오게 되고, 손상을 입은 환자는 이후 몇 주 간 소변볼 때마다 통증을 느끼게 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요도 협착(stricture)을 초래하여, 향후 소변배출의 어려움 및 장래의 카테터 시술의 곤란을 겪게 될 위험이 있다고 한다. 강제채뇨를 당할 때의 고통에 대해 Jamie Lockard는 진술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는 마치 누군가가 불타는 숯불을 집어 음경 안으로 밀어 넣는 것과 같다(Just as if somebody would take a burning hot coal and stick it up your penis).”

4) 증거수집을 위한 신체침해(Bodily Intrusion in Search of Evidence) 한계

미연방대법원은 Rochin v. California, 342 U.S. 165(1952) 판결에서 Rochin이 삼킨 캡슐을 배출해내기 위해 경찰이 Rochin을 병원으로 데려간 다음 튜브로 구토제를 위장에 강제로 투입하여 배출토록 한 ‘stomach pumping’은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증거가 수집된 것이므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 Winston v. Lee, 470 US 753 (1985) 판결에서 강도예비음모를 받는 피의자로 하여금 그의 옆구리에 박혀 있는 총알을 빼내는 수술을 받도록 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4조가 금지하는 ‘unreasonable search’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4. 결 론

학설과 대법원 판례는 그 허용성 및 어떠한 내용의 영장을 받을 것인가에 관하여 강제채혈과 강제채뇨를 사실상 동일선상에서 취급하고 있으나(이은모, 소변강제채취의 허용성 및 법적 성격에 관한 검토, 법학논총 제32집 제3호, 5면), 양자는 피의자의 신체 및 정신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매우 다르므로 이를 동일시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혈액은 피부를 바늘로 찌르거나 칼로 째지 않는 한 인체로부터 흘러나오지 않는 반면, 소변은(배뇨장애를 겪고 있는 특별한 경우를 논외로 하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인체로부터 배출되므로, 이 배설물을 확보하면 족하다 할 것이다. 마약 수사를 위해 자연스럽게 배설되는 소변을 취득하는 것 자체는 당연히 허용돼야 하고, 이 때 적당량의 소변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수단을 강구할 것인가는 검찰의 과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강제채뇨를 위해 경찰관은 피의자의 팔과 다리를 결박하고, 피의자는 괴성(screaming and hollering)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상황에서, 인간의 가장 은밀한 부위에 강제로 튜브를 삽입하여 소변을 빼내는 방식은, 피의자로 하여금 스스로 짐승과 같이 여기게 만들 뿐 아니라(이러한 광경은 흡사 도살장에 끌려온 가축을 연상시킨다) 피의자를 한낱 증거수집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으로서, 인간 존엄의 불가침성(sacrosanctity of human dignity) 및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박재혁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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